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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회의장. 의원 수백명이 녹색 벤치를 꽉 채운 가운데 발언 탁자 앞에 나아간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가 맞은 편에 앉은 키어 스타머 총리를 향해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베이 개인회생대출상품 드녹 대표는 "새 고용권리법안은 기업에는 형편없고 변호사들에게나 좋다. 총리는 변호사 노릇은 그만하고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가 법조인 출신임을 노려 '진짜 총리다운' 일을 하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곧이어 탁자로 나아가 선 스타머 총리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새 법안을 옹호하면서 "그녀(베이드녹 대표)는 변호사도, 지도자 신한은행집담보대출 도 못 된다. 분명한 건 이렇게 하다간 '제2의 상추'가 될 거란 것"이라고 맞받았다.
'상추'는 2022년 경제 실책으로 사상 최단기간인 49일 만에 사임한 보수당 리즈 트러스 총리의 별명이다. 트러스 전 총리는 사임 직전까지 '임기가 상추 유통기한보다 짧을 수 있다'는 조롱을 받았는데, 스타머 총리는 이런 '흑역사'를 들추며 보수당을 신한스피드론 꼬집었다.
발언을 마친 스타머 총리가 탁자 바로 앞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여당 노동당 쪽 벤치에선 웃음이, 야당 쪽 벤치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 자리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산' 영국 하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총리 질의'(Prime Minister's Question, 이하 PMQ) 시간이다. 이 제1금융 대출 름 그대로 여야 의원이 국정에 대해 질문하면 역시 하원의원이자 여당 대표인 총리가 답변한다.
의원내각제 영국에서 행정수반인 총리가 하원에서 수시로 국정을 설명하고 의원과 직접 토론하는 자리로,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왔다. 고정된 날짜 없이 계속되다가 1961년부터는 매주 화·목요일로, 1997년부터는 매주 수요일로 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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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 총리 질의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하원 회의장에서 총리질의(PMQ) 시간에 탁자 앞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 녹색 의장석에는 린지 호일 하원의장이 착석해 있다. [영국 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전에 질의를 신청한 의원 중 무작위 추첨이 된 15명이 질의자 명단에 오른다. 이에 더해 제1야당 대표에게는 6개의 질문권이, 제2야당 대표에게는 2개의 질문권이 자동으로 배정된다.
총리와 제1야당 대표만 탁자에 나와 발언할 수 있고, 나머지 의원은 모두 제자리에서 일어선 상태로 질의한다. 한국 국회가 반원형 극장 형태인 것과 달리 영국 하원은 여야가 정면으로 마주 보는 구조다. 벤치 맨 앞줄 바로 앞 바닥에는 2.5m 간격의 붉은 선이 그어져 여야 의석을 확실하게 가른다.
이때 정부로선 국정을 홍보하고, 야당으로선 정부 잘못을 따져 물어야 하기에 총리 질의 시간은 사실상 총리와 야당 대표 '1대1 맞짱 토론'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날도 스타머 총리 바로 뒤로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이 포진해 총리의 등 뒤를 지켰고, 야당석에서도 '그림자 내각'으로 불리는 예비내각 장관들이 나란히 앉아 베이드녹 대표가 탁자로 향할 때마다 환호하며 응원했다.
영국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외신 기자는 "TV로 볼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했지만, 다른 외신 기자는 "의회 구경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PMQ"라며 현장에서 '직관'하는 즐거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의원석보다 높은 곳에 있는 언론석에서 내려다본 PMQ는 그간 의회 생중계를 통해 지켜봐 온 것보다 훨씬 신랄하고도 활기가 넘쳤다.
자기 당 대표가 발언할 때면 이를 응원하는 의원들의 환호와 '옳소 옳소(Hear Hear)!'라는 특유의 추임새가 쏟아졌다. 그 마주한 상대 당 의원들은 큰 소리로 야유하기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손짓하며 반박하는 말을 쏟아냈다.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와 비교하면 영국에서는 총선 기간 당수 간 1대 1 TV 토론은 역사도 짧고 화제성도 덜한데, 이는 PMQ를 통해 온 국민이 매주 일상적으로 총리와 제1야당 대표간 토론을 지켜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영국 정치 1번지 런던 웨스트민스터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으로 향하는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행인들이 건너고 있다. 2025.1.30 cherora@yna.co.kr


베이드녹 대표는 이날 6개의 질문권 대부분을 노동당 정부의 경제 정책을 공격하는 데 썼다. 이날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발표한 경제성장 대책에 대해 "많은 부분 보수당 정부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전임 정부에 공을 돌렸고, 고용법안에 따른 이득은 "기업도, 국민도 아닌 노조만 취하게 될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스타머 총리는 "우린 보수당 정부가 엉망으로 넘겨준 경제를 키우고 있다"며 "(경제에 대해) 보수당으로부터 설교를 듣진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PMQ에는 질의할 의원 명단만 공개될 뿐, 무엇을 물어볼지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실상 '각본 없는' 토론인 셈이다.
물론 전국에 생중계되는 자리에 총리가 무방비로 나설 수는 없다. 스타머 총리가 PMQ 내내 손에서 쥐고 놓지 않은 파일에는 질의가 예정된 의원 사진과 함께 질의가 예상되는 현안이나 정책 등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이를 상대로 의원들은 환호와 야유를 쉬지 않고 쏟아내며 '야단법석'을 벌이지만, 사실 PMQ를 비롯한 하원 내 각종 절차는 무엇보다도 형식을 따지며 역사와 전통을 고수한다.
베이드녹 대표가 이날 총리에게 공세를 펼치는 도중 "총리가 하원을 오도하고 있다"고 말하자 린지 호일 의장이 즉각 제지하며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영국 하원은 '의회를 고의로 오도한다'고 다른 의원을 비방하는 것을 금한다고 한다.
스타머 총리와 베이드녹 대표가 번갈아 앞에 선 탁자 위에는 화려한 장식의 커다란 황금색 의례용 지팡이(mace)가 놓여 있었다.
이는 의회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의회 관례상 이 지팡이가 탁자 위 제자리를 벗어나면 의원들은 토론과 표결을 포함한 어떤 의회 절차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2018년 노동당의 로이드 러셀-모일 하원의원은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안에 대한 표결을 의도적으로 늦추려 한다며 항의하는 뜻으로 지팡이를 들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려다가 의회 직원에게 제지됐다.
이에 존 버코 당시 하원의장은 러셀-모일 의원이 의회 권위의 상징을 경시했다며 그날 의회 절차에 일절 참여하지 못하도록 퇴장 조치했다.



영국 하원 총리 질의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케이 베이드녹 영국 보수당 대표가 29일(현지시간) 하원 회의장에서 총리질의(PMQ) 시간에 탁자 앞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황금색 지팡이가 의회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지팡이. [영국 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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