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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에 잠시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2월 14일 개막한 전시가 있어서입니다. 런던에서 보기 드문 입장료를 내는 미술관 코톨드 갤러리를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주에 동유럽으로 갑니다. 이번에도 꽤 긴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런던의 보석, 코톨드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 ⓒBenedict Johnson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는 국민은행집담보대출 런던의 정중앙 템스강변에 있는 서머셋 하우스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머셋 하우스는 에드워드 6세 시대 서머셋 공작의 집이었습니다. 18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다시 지어진 뒤, 왕립예술학교로도 사용됐습니다.

사무엘 코톨드(1876~1947)는 영국의 섬유 산업에서 부를 쌓은 기업가이자 미술 컬렉터였습니다. 그의 가족 파산면책 은 몇 세대에 걸쳐 미술을 후원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사무엘 코톨드는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통해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후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 이 미술관의 근간이 된 컬렉션을 완성합니다.
그는 1932년에 코톨드 미술연구소에 코톨드 갤러리를 설립했습니다. 코톨드는 영국의 국립미술관에 5만 파운 비과세월복리 드를 기부해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을 위한 기관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기부금 덕분에 내셔널 갤러리는 고흐의 <해바라기>와 쇠라의 <목욕하는 사람들> 등을 수집했습니다.
이 곳은 미술사, 보존, 큐레이팅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 기관인 코톨드 미술학교도 운영합니다. 영국에서 보기 드문 입장료를 받는 미술관인데요. 주중과 주말의 가 아파트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면제 격이 다르니, 방문 일정을 짤 때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덕분에 코톨드 갤러리는 런던의 다른 대형 미술관과 달리 관람객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갤러리 3층으로 올라가는 푸른색 철제 나선형 계단이 주는 첫 인상은 정말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전시장 내부의 천장화와 벽난로가 그대 영업사원 로 남아있는 건축물 자체로도 우아한 모습을 뽐내고 있어 많은 이들이 영국의 작은 미술관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기도 합니다.
지난 주의 티센 보르미네사 미술관과도 컬렉터의 취향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의 컬렉션은 특히 인상주의 작품이 유명합니다. 에두아르 마네의 최후의 걸작 <폴리 베르제르의 바>, 빈센트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 간판 작품입니다.
이밖에도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세잔의 작품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고, 후기 인상주의에 속하는 조르주 쇠라의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3층의 가장 크고 화려한 방(LVMH Great Room)에서 드가, 고갱, 모네, 르누아르 등의 작품과 함께 전시됩니다. 2층의 천장화가 그려진 옛 영국 귀족의 주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방에서는 르네상스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미술관의 대표작은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인 바네사 벨의 <대화>, 피터 폴 루벤스의 <얀 브뤼헐 더 엘더의 가족> 등이 있습니다.



코톨드 갤러리의 상징과도 같은 푸른색 철제 나선 계단. 3층 벽에는 세실리 브라운의 커미션 작품 [Unmoored From Her Reflection]이 걸려있다. ©김슬기




고야의 연어부터, 세잔의 정물까지





프란시스코 고야 [Still Life with Three Salmon Steaks], 1808-12 ©The Courtauld Gallery



칼바람을 뚫고 겨울의 코톨드 갤러리에 온 건 특별전시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림에 얽힌 사연을 듣고 싶어 기자간담회에 일부러 참석해봤습니다. 영국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처음이었는데, 2시간이 넘게 각 작품을 하나하나씩 꼼꼼하게 설명하고 질문을 주고받는 학구적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첩에 연필로 메모를 하는 나이가 지긋한 비평가들의 모습도 근사했습니다.

특별 전시실은 3층의 인상파 작품이 있는 메인 전시 공간에서 이어지는 두 개의 방을 사용합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시의 수준이나 밀도 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 미술관은 작년 큰 인기를 얻었던 모네 전시를 마치고, 이번에는 한 컬렉터의 소장품 25점을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고야에서 인상주의로 : 오스카 라인하트 컬렉션의 걸작들>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2월 14일부터 5월 26일까지 이어집니다.
스위스 취리히 외곽의 빈터투어에 위치한 오스카 라인하트 컬렉션을 소장한 미술관 ‘암 뢰머홀츠(Am Römerholz)’의 작품들이 친구를 만나러 런던에 왔습니다. 200여 점의 걸작이 전시된 이 미술관은 20세기 초반에 오스카 라인하트(1885~1965)가 컬렉션과 집을 스위스에 기증하면서 탄생했습니다.
오스카 라인하트는 사무엘 코톨드와 동시대 인물로 예술에 관한 비슷한 취향을 공유했고, 만나서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스위스의 귀한 작품들이 런던에 처음 소개되는 전시가 성사됐습니다.
전시의 전채 요리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세 마리 연어 스테이크 정물>(1808-12)입니다.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거장의 이 작품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세 덩이 연어를 사실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과 연합군이 나폴레옹 군과 싸운 반도 전쟁 당시 그린 정물 12점 중의 하나입니다.
정치적 격변과 검열이 있었던 시기 그는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생선의 살점을 통해 전쟁의 잔인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인상주의에 영향을 준 작가들인 테오도르 제리코의 <군 계급의 망상에 시달리는 남자>(1819-22), 구스타브 쿠르베의 <해먹>(1844)도 함께 전시됩니다.



Henri de Toulouse-Lautrec [The Clowness Cha-U-Kao], 1895 ©The Courtauld Gallery





카미유 코로 [Girl Reading], 1850-55 ©김슬기



전시의 메인 요리는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회화들입니다. 툴루즈-로트렉의 무대 위를 그린 (1895)을 비롯해 르누아르와 세잔의 감각적인 작품들이 포함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미유 코로의 <책 읽는 소녀>(1850-1855)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유명 컬렉터인 피터 쇼케 등을 그린 르누아르의 초상화 3부작도 소개됩니다. 세잔은 정물화와 풍경화를 비롯해 6점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어, 미술관의 유명한 세잔 컬렉션과 좋은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반 고흐의 유명한 그림 두 점입니다. 반 고흐는 <아를 병원의 병동>과 <아를 병원의 안뜰>(1889)에서 정신 질환 초기와 귀를 자른 뒤 환자로 입원했던 병원을 묘사했습니다. 코톨드 갤러리의 얼굴과 같은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과 함께 두 그림이 전시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미술관에서는 이 두 점은 반 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보내지지 않은 그림으로 라인하트 재단 외부에서의 첫 전시라고 설명했습니다.


마네 ‘최후의 걸작’의 숨겨진 비밀





코톨드 갤러리에서 전시된 Édouard Manet [Au café], 1878 ©The Courtauld Gallery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 Édouard Manet [Corner of a Café-Concert], 1878 ©The National Gallery



마네의 모던 라이프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카페에서(Au café)>(1878)에도 숨겨진 사연이 있습니다. 파리의 라이히쇼펜 카페를 대형 회화로 그리던 그는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 캔버스를 둘로 쪼개고 각각 다른 두 점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왼쪽 부분은 <카페에서>가 되었고, 오른쪽 부분은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카페 콩세르의 코너>가 되었죠. 사무엘 코톨드의 기부금으로 이 작품은 구입될 수 있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정체나 관계는 모호하지만, 카페 창문에 붙은 포스터는 폴리 베르제르 바에서 공연되는 공중그네가 그려져 있습니다. 최후의 걸작의 탄생을 암시하는 작품인 셈입니다.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바], 1882 ©The Courtauld Gallery



코톨드 갤러리의 간판 작품인 <폴리 베르제르의 바>는 이 한 점의 그림만으로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작입니다. 마네가 매독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1년 전인 1882년 완성된 이 그림을 저는 LA 게티 센터에서 처음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그림이 상징하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근대성(Modernity)’일 겁니다.

1869년 개장한 음악홀, 폴리 베르제르는 파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징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서커스, 발레 등의 공연장으로 변신한 이 곳은 부르주아, 예술가, 성노동자 등 온갖 계층이 뒤섞이는 공간이었습니다.
무표정한 얼과 뻣뻣한 자세로 여급은 정면을 직시하며 관람객을 바라봅니다. 이 그림의 ‘씬스틸러’는 좌측 상단의 작은 발과 녹색 부츠입니다. 이 공중곡예사는 발은 모험과 자유의 상징이며 정적인 주인공과 대비됩니다. 그림과는 정반대로 이 무대를 사로잡는 주인공은 곡예사였고, 여급은 술과 몸을 파는 소비 대상에 불과했던 겁니다.
이 그림의 우측에는 화려한 객석과 함께 여급과 손님의 모습이 거울에 반사되고 있습니다. 거울은 바의 술병도, 여인의 뒷모습도 왜곡된 각도로 비스듬히 비추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남자 손님과 같은 구도로 여인을 바라보게 됩니다. 초기 비평가들은 이 공간적 불일치를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마네를 모더니즘 실험의 선구자로 재평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거울의 존재가 그림을 자유롭게 해방시킵니다. 알버트 보이메는 저서에서 이 거울을 상상의 공간으로 해석합니다. 좁은 바에 갇힌 지친 표정의 노동자가 아닌 로맨스를 상상하기도 하고, 탈출을 꿈꾸기도 하는 여인의 상상 속 공간이라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미술사가 루스 E. 이스킨은 마네가 예술 시장을 소비문화로 은유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당대의 예술품이 백화점 상품처럼 거래되던 살롱의 상업화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결국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바>는 단순한 풍속화가 아닌 사회와 문화와 정치와 계급 갈등까지도 담아낸 19세기 파리의 초상인 셈입니다. 그림 속 여러 수수께끼는 끝없는 재해석을 요구하며 이 그림을 추앙하게 만듭니다.



왼쪽 붉은 색 술병에 마네의 사인이 숨겨져 있다. ©The Courtauld Gallery




피카소 그림에 숨은 미지의 여인





파블로 피카소 [Portrait of Mateu Fernández de Soto], 1901 ©The Courtauld Gallery





엑스레이로 촬영한 [Portrait of Mateu Fernández de Soto], 1901 ©The Courtauld Gallery



사실 이번 특별전은 개막을 하기도 전부터 피카소의 그림이 떠들썩한 뉴스를 만들어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속 숨겨진 비밀이 1세기 만에 밝혀진 사건이 벌어졌거든요. 덕분에 저는 100여명의 엄청난 취재진이 모인 걸 목격했습니다.

동료 예술가를 그린 <마테우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화>(1901)는 청색 시대의 시작을 알린 유명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코톨드 갤러리의 보존가들이 조사하기 위해 엑스레이와 적외선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이 그림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여인이 드러난 겁니다.
코톨드 갤러리의 바나비 라이트는 “우리는 오랫동안 데 소토의 초상화 뒤에 또 다른 그림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의 표면에는 무언가의 명백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맨눈으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인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19세의 피카소는 1901년 5월 스페인에서 파리에 도착해 이 도시에서의 첫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 시기 피카소는 생동감 넘치는 붓놀림과 밝은 색채로 인상주의 스타일의 다양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같은 해 친구 카를로스 카사지마스가 자살을 하면서 가을 무렵부터 그는 우울한 감정을 캔버스에 투영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 초상화를 그리며 더 사색적이고 침울한 푸른색조를 사용하는 접근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청색 시대의 시작이었습니다. 피카소는 이 시기 파리의 밤문화에 대한 다채로운 인상주의적 이미지들을 남겼습니다. 이 미스터리한 여인은 모델, 혹은 친구이거나, 연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가난했던 피카소는 종종 캔버스를 재사용했습니다. 캔버스를 다시 하얗게 덧칠하는 대신 그는 붓의 질감이 남아 있는 캔버스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변환하는 그의 입체파 화법의 시작은 바로 이런 이미지의 재해석으로부터 시작됐죠. 젊은 천재 화가의 결정적인 특징은 바로 이 때 발현한 겁니다.
이 남자의 초상화는 한 여인과의 이별을 통해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그는 누군가를 만나고, 곧장 이별하기도 하는 운명을 순응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런던에 살면서 유럽 미술관 도장 깨기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신문 김슬기 기자가 유럽의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페어, 비엔날레를 찾아가 미술 이야기를 매주 배달합니다. 뉴스레터 [슬기로운 미술여행]의 지난 이야기는 다음 주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museumexpress.stib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