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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 인터넷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아침까진 됐거든요. 단톡방에 물어봐야 해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 빌라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정은(27)씨가 지난 21일 한겨레와 통화하던 도중 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그의 집은 서울 신촌 일대에서만 79가구가 피해를 본 전세사기 사건 피해 주택 중 한곳이다. 사흘 전엔 공용현관의 센서등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한 건물에 들어서야 했다. 단전·단수 통지서가 수시로 날아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적도 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통지서를 받고 ‘전세 전세자금대출 연장서류 사기’를 깨달은 날로부터 2년 지났다. 여전히 한고비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나타난다.
“평균 (19)93년생 청년 피해자들입니다. 100억대 전세사기 늪에 빠진 청년들을 구해주세요.” 지난해 6월 이씨를 비롯한 대학생, 사회 초년생, 청년들이 서울 신촌역 앞 거리에서 호소했다. 한 집주인이 벌인 전세사기로 서대문구 연희동(신촌)에서만 빌 개인신용정보서 라 5동이 피해를 봤고, 세대수는 79가구에 이르렀다. 집주인이 같은 서울 구로, 경기 병점까지 합해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의 평균 출생연도는 1993년으로 1990·2000년대생 비율이 85.5%에 달했다. 건물 대부분이 ‘불법건축물’이라 당시 전세 사기 특별법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 뒤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지난해 11월 법이 개정되며 ‘ 헌혈횟수 조회 불법건축물’ 세입자도 보증금을 돌려받 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그런데도 대부분 청년이 여전히 같은 집에서 같은 걱정을 이어간다. 왜일까.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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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이유진(27)씨도 ‘신용 불량’ 기록까지 무릅쓴 채 개인회생을 고려하는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외국 유 운전사 학 계획은 포기했다. 테라스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던 전세금 1억원짜리 집은 ‘어떡하지’를 되뇌는 공포의 공간이 됐다. “기자회견 뒤에 바뀐 건 있는데 확실히 결론 난 게 없어요. 모든 게 미뤄지고 있어요. 끝내 방법이 없으면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할 것 같아요. 20대 나이에 1억원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이씨처럼 솔로몬저축은행현대스위스저축은행 사기 피해 건물이 불법 건축물일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 매입을 통해 피해를 보상 받기 위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실태 조사 등 양성화 심의를 통해 집이 ‘공공이 매입해도 되는 주택’이라는 증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엘에이치가 경·공매를 통해 집을 매입한다. 다만 엘에이치 개입 전에 경매가 개시되면 보상은 불가능하다. 법원의 경매 유예 조처가 필요한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엘에이치·법원의 절묘하고 민첩한 협업이 필요하지만, 애닳는 건 이씨 뿐이다. ‘양성화 심의’를 서둘러야 할 지자체는 이 과정 전반에 대해 준비돼있지 않다. 서대문구의회는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절차 진행과 협조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 12일 간담회를 열었다. 서대문구청은 참석하지 않았다. 서대문구청 쪽은 '양성화 심의와 관련해 준비하는 것이 있느냐'는 한겨레 질의에 "양성화 심의는 규정에 따라 LH의 신청이 우선돼야 하는 것으로 LH로부터 사전 심의가 접수되면 신속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엘에이치에는 매입 신청이 접수된 전세 사기만 1만여건이 넘는다. 신청이 몰리면 매입 과정이 늦어질 수 있다. 늦어지는 매입 일정 때문에 유진씨가 애타는 건 다가오는 경매 개시일 때문이다. 법원은 유진씨네 집 경매를 올해 7월까지만 유예해줬다. 만일 경매가 개시되면 엘에이치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헐값에 민간에 낙찰돼 주택에서 쫓겨날 수 있다. 유진씨는 “우리 피해자들끼리 모두 서부지법에 경매 유예를 신청했는데 다른 동 세입자는 더 유예를 해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별법은 피해 주택 경·공매 개시를 유예하도록 장려하지만 횟수나 기간은 법원 담당자 재량에 맡겨져 있다.
유진씨와 정은씨는 해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숱한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일부다. 그나마 두 사람은 전세사기 피해자로는 ‘결정’됐다. 최소한 엘에이치 매입 등 구제 방식을 고민하는 단계에는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다. 피해자 대책위에는 아직 피해자 결정문을 받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도 있다. 이들은 올해 5월31일까지 시행이 예정된 전세사기 특별법 기한이 만료되면 구제받을 방법이 아예 없다. 유진씨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다른 피해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피해자 결정조차 못 받으면 그냥 빚더미에 앉거나, 자기 돈을 영영 못 돌려받는 거예요. 제 상황도 안 좋지만 그런 분들 보면 마음에 걸려요.” 전세사기특별법의 시행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여럿 발의된 상태다. 혼란스러운 내란 정국 탓에 법 통과는 장담할 수 없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