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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들을 보살피고 있다. 통계청은 이날 지난해 출생아 수가 2월 23만 8천 3백 명으로 1년 전보다 8천 3백 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은 2015년 이후로 9년 만이다.


ⓒ 연합뉴스




지난 2월 26일, 2024년도 정부학자금대출신청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잠정집계되었다. 출생아 수는 8천 명 늘어나 23만 8천 명으로 집계되었다. 작년 초 0.6명대로 떨어질 것을 예상했지만, 전년 0.72명에서 0.03명이라는 아주 미미한 반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2015년 1.24명 이래 9년간 하락세를 유지해 왔기에 언뜻 보면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 그러나 통계청에서도 밝혔듯 반등의 원인으로 직업군인대출한도 코로나19 2~3년 동안 혼인과 출산을 미뤄온 커플이 포함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오래전 장래인구추계는 50~60년대 베이비부머가 낳은 에코베이비부머인 90년대생이 주출산 연령대인 31~35세로 진입하게 되는 2020년대 초부터 출산율 반등을 예상하였다. 90년대생의 경우 한해 70만 명 이상이 한국장학재단 채용 태어나준 마지막 베이비부머 세대였다. 이후 1997년 IMF를 거치면서 한해 40만 명대로 출생아 수가 급감하게 되어, 90년대생의 부모세대 진입 시기가 마지막 인구골든타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수가 생기면서 마지막 인구통계적 반등 기대는 0.7명도 위협할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미뤄둔 혼인이 2023년부터 반등을 국민은행 이자율 시작하였고 2024년 혼인 건수는 전년도에 비해 3만 건 넘게 늘어난 22만 건으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의 혼인 건수가 24만 건이고 합계출산율이 0.92명에 출생아수도 30만 2천 명이었다. 또한 당시 주출산 연령인구가 80년대 후반생으로 이보다 훨씬 많아진 에코베이비부머의 주출산 연령 진입이라는 인구통계적 변수를 감안하면 기업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0.03명이라는 증가는 매우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세 번의 인구절벽과 불평등이 만든 0.75명
한국이 저출생의 늪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과거 길었던 출산억제기로 인해 인구통제적이며 여성을 인구생산 도구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의 인구시계로 볼 때 출산억제기가 35년 이상 이어졌다. 1958년 이후 베이비붐으로 인해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이 시작되고, 1차 인구절벽이 나타나 1980년대 이미 2.1명 이하의 저출산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1996년에서야 공식적으로 산아정책을 폐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출산율은 1.57명까지 하락하였다.
이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3명 이하로 떨어지는 2차 인구절벽으로 초저출산 국가가 된다. 그럼에도 출산장려로 인구정책의 방향 수정이 이루어진 것은 노무현 정부(2003~2007년)에서다. 노 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국가주도 출산장려정책에 집중하기 시작한 2005년 당시 합계출산율이 1.09명에서 시작하였으니 늦어도 한참 늦어버린 것이다.

그 후 보육 및 육아휴직제도의 외형을 갖추면서 1.2명 정도로 연간 40만 명대 출생아 수를 유지하는 10여 년의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다시 하락세가 시작되었고, 코로나19까지 겹쳐 3차 절벽에 직면한 세계 최저의 출산 국가가 되었다.










▲ 한국의 인구시계 @필자 구성


ⓒ 박진경




또한 여성을 인구생산의 도구로 보며 저출산의 책임마저 전가해 온 성차별적 사회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여성들의 고학력과 사회진출 증가로 과거와는 달라진 성 역할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함에도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국가별 성평등 지표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30대 육아기 남녀고용률격차, 성별임금격차 등이 OECD국가 중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크게 변하지 않는 성차별적 노동시장과 양육 환경은 직장과 경제력 수준의 기대가 달라진 청년들에게 비혼이나 무자녀 선택을 당연시하게 했다. 선행지표가 되는 결혼 의사를 보더라도 미혼남성은 41.6%, 미혼여성은 26%만이 '결혼을 해야 한다'라고 답하고 있다(통계청, 2024 사회조사). 또한 2030 청년의 삶의 중요도 순에서 '일'과 '개인생활'이 압도적으로 높고 '파트너십'과 '자녀'는 한참 낮게 나타났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년).
결국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저출산 정책이나 예산증가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남녀 모두 비혼이나 맞벌이 유지를 위해 무자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부 최초 성평등 관점의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
문재인 정부는 임기초기 '인구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기존 정부에서 놓치고 있었던 새로운 방향과 의제에 접근하였다. 특히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저출산의 구조적 원인을 성평등의 지연으로 보고 일·생활 균형과 성차별적 노동시장의 개선에 초점을 두었다.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것이 여성들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문재인 대통령,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2017.12.26.)

"유럽 국가들도 출산율이 낮아졌다가 다시 반등한 나라의 경우, 여성고용률이 높아질수록 다시 출산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2019.11.20)


구체적으로는 '출산 장려'의 인구통제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의 질 제고'와 '성평등 구현'을 목표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시작하였다. 또한 범사회적 노력을 위해 민간중심의 거버넌스 추진체계 기반을 마련하였고, 정부 최초 성평등관점으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여성가족부폐지'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성평등 관점 기본계획은 그대로 사장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이미 폐기한 1.0명이라는 출산율 목표가 다시 등장하였다. 그 속에 인구정책평가센터로 지정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저출산대책으로 '여아조기입학'을 들고나와 조롱거리를 만들었다. 심지어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가임기여성수를 경영공시항목에 포함하는 공문을 내려보내 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성평등'이 삭제된 정부에서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호명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이 다시 등장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새롭게 시작하는 대한민국 인구정책, 성평등이 답이다
'성평등'과 '민주주의' 위기를 겪어낸 대한민국은 마지막 남은 인구골든타임을 새롭게 맞이하여야 한다.
먼저 성평등관점 인구정책으로 다시 설계하자. 코로나19 창궐로 임기 후반기를 잃어버린 문 정부에서 본격 시행을 놓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되살려 남은 기간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발전시켜 차기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제4차 계획에서 주목할 것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로의 대전환"이다. 즉, 출산율 감소 원인인 무자녀 선택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남녀 모두의 노동권과 돌봄권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과제에 집중하여야 한다.
여성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세부과제인 성평등경영공표제, 고용상 성차별 구제 기반 등을 통해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의 돌봄권 보장을 위해서는 주 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논의, 보편적 육아휴직 확대 및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줄이는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구 컨트롤타워,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새로운 상상력으로 컨트롤타워를 설계하자.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동안 심각한 인구변동에도 '자문위원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위상과 역할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에 10여 년 전부터 국회를 시작으로 전담기구 설치 주장이 지속되어 왔다.
문 정부에서는 민간위원을 대폭 늘리고 부위원장과 사무처 체제로 독립적 권한과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윤 정부 들어 초기에는 민간위원회 역할과 사무처의 위상을 대폭 축소하더니, 최근 인구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 설치를 제안하였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를 하나의 '부처'로 설치하면, 실익보다는 정치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가 수행할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는 인구변동 중 저출생문제는 총체적 사회문제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인구정책은 전통적 분야인 보건·복지, 교육, 고용, 주택은 물론 나아가 4차 산업혁명, 기후위기 등 다양한 원인들이 더해지기에, 기존 부처를 넘어서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해법에 접근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진단으로 우선순위 과제를 정하고, 그 결정이 구속력을 갖도록 하는 위상과 권한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독임제) 부처 설치는 부처 간 중복 및 경쟁으로 비효율성만 커질뿐 강력한 조정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 개인의 인식과 행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구조적 사회변동은 정부를 넘어서는 전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는 기업과 지자체, 전문가 등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범정부 거버넌스 협력에서 그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역할로 보면 현재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리모델링하는 게 현실적이다. 다만, 결정권과 조정력, 거버넌스가 가능하기 위해 자문기구가 아닌 정부 최초로 대통령이 위원장인 합의제 행정위원회라는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박진경 전) 저출산고령사회위 사무처장


ⓒ 포럼 사의재




* 필자소개 : 박진경은 행정학자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2019년~2022년)을 역임하였다. 이화여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국회 보좌관, 여성가족부 장관비서관, 국무총리실 여성가족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활동하였으며, 한국행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캐나다 퀸즈대학 방문학자, 한국노동교육원, 인천대, 이화여대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