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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성탄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승강장에서 ‘다시 만난 세계’가 반주 없이 음성만으로 울려 퍼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다이인(die-in, 죽은 듯 누워 있는 시위 방식) 행동에 연대하려 모인 시민 300여명(전장연 추산)의 목소리였다. 전장연이 3년 동안 이어온 다이인 행동은 그간 장애인, ‘그들만의 시위’로 여겨졌다. 비장애인 수백명이 응원을 보태고 활동가들과 함께 눕는 이례적인 모습 앞에 박 lh주택공사 전세 경석 전장연 대표는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외롭지 않습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진행하던 다이인 행동은 이날 헌법재판소가 가까운 안국역 승강장에서 열렸다. 전장연 활동가뿐 아니라 시민 수백명이 오전 8시부터 모여들며 승강장을 가득 메웠다. 서울교통공사(서교공) 직원 82명과 경찰 200여명에게 둘러싸인 채로, 이들은 “장애인도 한양대 대학원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로”라고 큰 목소리로 함께 외쳤다. 활동가들에게는 기적 같은 풍경이었다.
기적의 조짐은 국회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촉구 집회 때부터 감지됐다. 평소 하루 30명 남짓 찾던 국회의사당역 ‘장애인 이동권 서명’ 부스에 지난 7일과 14일에 각각 4500명 넘는 시민이 몰렸다. 지난 21~22일 대통령 내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금리 관저를 향하려는 농민과 연대했던 남태령 집회 이후, 묵묵히 목소리를 내온 소수자와 연대하려는 움직임은 한층 거세졌다. 전날 저녁 엑스(X·옛 트위터)에는 “남태령의 경찰 차벽처럼 서교공의 장애인 불법연행 역시 우리가 연대하면 뚫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번졌다. 같은 날 아침 출근길 ‘선전전’을 하던 전장연 활동가들이 여지없이 서교공과 경찰에 붙들려 끌려 가능액 나오는 모습도 함께 전해졌다.
이날 다이인 행동에 연대한 이들은 ‘익명의 시민’, ‘그냥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발언에 나섰다. 한 시민은 “평소 다니는 길에 장애인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서 나왔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다른 이는 “전장연 시위엔 늘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투쟁은 활동가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남태령(집회 여성취업알선 )에 다녀온 뒤로 활동가들도 싸울 수밖에 없어서 용기를 내고 있단 걸 알았다”고 말했다. 전장연을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꾸벅 고개를 숙인 시민도 있었다.
활동가와 시민들은 다시 반주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전장연이 그간 ‘탈시설’을 외치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요구한 것에 맞춰, ‘펠리스 나비다드’를 “시설은 아니다. 시혜도 아니다”로 개사한 ‘캐럴’이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