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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영채예 작성일24-12-09 00:50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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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초경을 기억하나요? 」
첫 생리를 시작했을 때, 성적 성숙은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테다. 생리 주기와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는 다양한 신체적·정서적 반응 중 심리 변화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자. 그저 사 저가항공사 춘기로 치부됐던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은 불안, 슬픔, 행복감이 반복돼 마치 자아가 여러 개인 듯 보이지는 않았는가? 초경 후 신체 변화로 인해 체모가 생기면서 외모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을 거다. 신체 변화는 자존감에 영향을 주고, 외모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생리용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던 적도 분명 있었을 것. 중도금대출 피가 묻은 휴지를 휴지통에서 보이지 않도록 덮어두는 매너부터, 생리대를 교복 속 소매에 꽁꽁 숨겨서 화장실로 향하던 시절, 터부시되는 ‘피’와 피 냄새가 곧 체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그로 인해 경험하는 우울감까지. 자, 이제 기억날 거다. 슬슬 자신의 어렸을 적 초경 에피소드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보자.

“학교에서 초경을 맞닥뜨린 한 친구의 일화가 기억나요. 당시, 선생님은 이 순간을 교육의 현장으로 대처하는 대신 모든 학생을 복도에 줄 세우며 ‘대피’하도록 하는 것이 더 천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모든 순간이 지나가는 동안 불쌍한 소녀는 홀로 교실에 앉아 있었고 미화 여사님은 ‘증거’를 닦아냈죠.”소문은 순식간에 산불처럼 번져나간다. 생리를 시작한 것이 곧 ‘교실이 피바다로 물들었다’에서 ‘그 여자애가 죽었다’까지 왜곡된 것. 이런 과정을 겪으며 소녀의 상심은 커져만 갈 터. 이야기가 극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바로 옆에서 겪어본 이야기 아닌가.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 조절 능력이 발달하면서 점차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식을 배우게 되고, 스스로 성숙했다고 느끼며 학업이나 자아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를 느끼는 긍정적인 변화를 깨우치는 법이다. 매달 생리를 겪으며 연차가 쌓인 뒤 비로소 ‘어른이 되는 준비’가 아니라 어른이 된 것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 생리는 좋다고?! 」
여전히 많은 여성은 생리를 귀찮고 번거로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이른 성교육으로, 생리를 긍정적인 감정으로 북돋는 경우가 있다. 초경을 통해 자신의 신체가 성숙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성장 과정의 한 단계를 통과했다는 뿌듯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성숙에 대한 기대감과 초경을 경험한 친구들과의 공감대 형성으로 친구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덤. 비록 철천지원수일지라도 생리대는 빌려주는 게 여성의 도리이며, 인류애가 아니던가. 생리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각이 커지기도 한다. 이때 섹스라는 주제를 탐구하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다. 중요한 건 어른들의 태도이다. 부모 혹은 보호자는 격려와 지지로 아동이 초경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아 인식의 성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까만 비닐봉지에 생리대를 숨겨 주는 일도 없어져야겠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변화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존중하고 긍정적인 수용 태도를 보이도록 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싫은 생리 」
매월 생리를 경험하는 여성들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감정과 행동에 변화를 겪는다. 이는 종종 일상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변하면서 심신이 불안해져 사소한 일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초경이 일찍 시작된 소녀들에게는 감정이 과잉되기 전에 짧은 심호흡이나 산책으로 기분을 진정시키고, 감정의 원인을 기록하거나 메모하면서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주자. 어른들은 감정 폭발이 일어날 때 무조건적인 비난보다 이해와 공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감정을 받아주기 어렵다면, 우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생리전 증후군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충동적인 과소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기 위해 도벽이 생기기도 하니, 예산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자신감이 저하되고 자기 비판이 시작된다면 긍정적인 자기 확언으로 스스로의 단점을 수용하는 연습을 해보자. 강제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며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면 패턴의 변화, 집착과 의심, 일상 관리 소홀 등 크고 작은 실수들이 생리 때마다 반복되는 등 호르몬의 역할이 다할 때까지 여성이라면 감정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성취와 생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해보자. 생리 경력이 20년이 넘은 어른으로서 초경을 맞이한 소녀들에게 자신과 같은 기억을 남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생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더 이상 검정 비닐봉지에 숨겨다니며 ‘생리대 파우치 쇼핑’이라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경력자들의 몫이라는 얘기다. 10대 여성들이 생리대 구입을 부끄러워하거나, 생리 중임을 숨기고 싶어 하는 이유는 주변의 불편한 시각과 또래 반응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가 많다. 생리는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신체 과정임에도 역사적으로 ‘감춰야 하는 것’이라는 낙인이 찍혀왔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 주제를 꺼내는 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곤 한다. 생리가 비위생적이라는 편견부터 버리자. 많은 문화권에서 생리와 관련한 주제를 부끄러움이나 수치심과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어 여성들은 생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금기 역시 일부 사회적 관습과 교육을 통해 암묵적으로 전달되는데, 이는 생리에 대한 교육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생리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로 예능 프로 〈고딩엄빠〉 출연진 몇몇의 안타까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옷에 혈흔이 묻었더라도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겠다.


「 ‘그날’ 대신 ‘생리’ 」
여성의 ‘그날’, 혹은 ‘마법’이라는 은어 대신, ‘생리’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작지만 큰 실천이 되어줄 것이다. 생리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이야기하는 주제로 만들어야 한다. 산부인과는 내과처럼 쉽게 드나드는 곳이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남성들도 생리 교육을 통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형성해야겠지만, 이 칼럼은 호소글이 아니다. 그저 새롭게 ‘생리’를 맞이하는 소녀들과 연대하며, 생리에 대해 앞으로 편안한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갑작스럽게 개방적이고 솔직함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도 안다). 그저 생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신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여성’이라는 주체가 지닌 의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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