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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영채예 작성일24-12-22 08:20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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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계에 또 경사가 났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또 한명의 한국인 성악가가 입성한다. 내년 7월 공연될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 주역급인 포그너 역으로 캐스팅된 베이스 박종민(38)이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빈 국립오페라, 런던 코벤트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밀라노 라 스칼라 등을 섭렵하며 이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종민이지만, 바이로이트 입성은 한 차원 다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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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5년 전에 봤어요. 유명 지휘자 틸레만이 잘츠부르크에서 제 공연을 보고 꼭 함께 하자며 바이로이트 오디션에 초청을 했는데, 그동안 연락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마드리드 극장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공연 때 바그너 증손녀인 총감독 카타리나 바그너가 왔었는지, 끝나자마자 바로 캐스팅이 됐죠. 바그너의 영혼이 느껴지 취업정보카페 는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를 한다는 건 다른 유명극장 캐스팅과는 비교할 수 없이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인 중엔 베이스 강병운·연광철·전승현,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테너 김석철이 바이로이트 무대를 밟았다. 독일 ‘궁정가수’에 오른 연광철도 단역으로 시작했을 만큼 까다로운 게 바이로이트인데, 박종민은 단번에 주역 sh월복리자유적금 급을 꿰찼다. “사실 바그너 오페라는 굉장히 어려워서 부담도 돼요. 독일인도 이해 못할 정도로 텍스트가 난해하고 정확한 딕션과 해석이 요구되죠. 이태리 작품은 가창이 더 중요하지만, 바그너는 언어를 가장 중점으로 놓아야 하고 그 다음이 가창인 것 같아요. 역사와 문학까지 깊은 이해도가 있어야 진정성 있게 부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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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이스 박종민 성악가가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중앙선데이와 인터뷰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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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려운 바그너를 한국인이 굳이 왜 할까. “어려운 게 매력”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난이도가 높아서 매력을 느껴요. 피겨스케이팅으로 치면 가장 고난도 기술인 쿼드러플 악셀, 판소리로 치면 적벽가랄까요. 어느 수준이 안되면 감히 바그너에 도전할 수 없고, 할 수 있다고 하면 남들이 우러러 보는 경지죠.”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바그너의 유일한 희극 오페라. 여러 차례 경험한 작품이지만 방심할 수 없다. 바이로이트는 관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큰 극장들은 시민이나 관광객이 보러 오지만, 바이로이트는 바그너 마니아들이 작정하고 오거든요. 관객이 마치 콩쿠르 심사위원처럼 ‘한번 해봐, 들어보자’는 느낌이죠. 조금만 실수해도 난리가 나서 너무나 철저하게 해야 해요. 독일인 가수에게도 ‘네가 하는 독일어 못 알아듣겠다’며 야유를 퍼붓죠. 바그너에 대한 경외감이 맥시멈이라 그래요. 한국처럼 관객이 온정적 박수를 쳐주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바이로이트 입성을 “축구로 치면 월드컵 16강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럼 뭘 해야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냐 물으니, 바이로이트에서 ‘파르지팔’의 구르네만츠 역을 하는 것이란다. “1막에만 거의 1시간 넘게 혼자서 노래하는 분량이거든요. 아직도 연광철 선생님이 레귤러로 하시는데요, 몸집이 거대한 독일 베이스들에 비해 연 선생님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으시는 분이라 존경스럽죠. 제가 하려면 아마 1년쯤 준비해야 할걸요.”
러브스토리의 주역을 맡을 일 없는 베이스 성부이기에 대중적인 인지도가 덜하지만, 박종민은 한국의 젊은 남성 성악가 중 최고의 실력자다. ‘팬텀싱어’ 로 대중스타가 된 바리톤 김주택과는 동갑내기 친구사이로, 2000년대 말부터 유럽에서 함께 주목받은 ‘월드클래스’ 투톱이 지금은 썩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팬텀싱어’는 매번 고사했어요. 더 젊고 멋진 친구들이 많고, 감량도 많이 해야 하니까요.(웃음) 뮤지컬로 잘나가는 주택이는 끼가 워낙 많아서 본인에게 적합한 일을 잘 찾았다고 봐요.”
사실 오페라의 미래가 장밋빛은 아니다. 지난해 이탈리아 오페라 성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 그냥 두면 명맥이 끊길 수 있는 위기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광화문 경복궁 자리에 아파트를 지으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겠지만 그럼에도 경복궁을 거기 놔두는 건 역사문화적 전통을 이어야 하기 때문이잖아요. 유럽도 오페라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해요. 요즘 노래엔 문학이 없지만 오페라는 문학 위에 음악이 얹혀져 있어서 저들은 오페라에서 그들의 뿌리가 되는 문학을 감상하죠. 어릴 때부터 꼬박 밤을 새며 들을 만큼 좋아하는 오페라를 저라도 이어가고 싶어요.”
하지만 국내서 그의 무대를 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기획오페라 ‘노르마’, 국립오페라단 ‘맥베스’ 외에는 국내 프로덕션이 없었다. 반면 19일부터 공연중인 서울시향의 연말 레퍼토리 ‘환희의 송가:베토벤’에는 거의 매년 솔리스트로 나서고 있다. 21일은 고양 아람누리에서 공연된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음악가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베토벤 합창은 평화와 화합이 키워드잖아요. 점점 분열되는 세상에서 12월말에 필요한 공연인 것 같아요. 베이스 음역대가 굉장히 높은데, 그럼에도 메시지 때문에 즐겁고 일이라 생각되지 않아요. 그런데 서울시향에 연습하러 광화문에 갈때마다 힘들 때가 많아요. 시위 때문에 연습실에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죠. 연습은 하고 가야 하는데.(웃음)”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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